캘거리에서 한국 오이 키우기

벌써 구월입니다.  
캘거리 구월이면 언제 서리가 내리고, 또 언제 눈이 올지 모르는 일이니...  텃밭의 작물들도 언제든 갈무리할 준비를 해 둬야 합니다.

상추와 감자는 모두 수확을 했고
깻잎은  아직 한창이라 열심히 깻잎모아 장아찌도 담그고 작은 잎들은 삶아서 냉동고에 쟁이고 있어요.  

오이는 이제야  졸망졸망 오이가 달리기 시작해서 달린 오이 다 따먹지도 못하고 서리 맞을까 너무 걱정이 됩니다. 

7월 초. 너무 늦게 심은 오이라 그것도 20년 동안 냉동고에 잠자고 있던 아주 귀한 한국오이씨라...
혹시나 하고 실험 삼아 심은 오이인데…
작은 화분에서도 너무 잘 자랍니다.

싹을 틔울 때부터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더니 어느새 꽃을 피우고, 두 달도 안 돼서 콩알만 한 오이가 달리더라고요.

오이는 또 얼마나 하루가 다르게 눈에 띄게 쑥쑥 잘 자라는지…
아침마다 텃밭에 나가 오늘은 얼마나 컸나 확인하는 일이 너무 즐거워요.

제가 오이지를 엄청 좋아하는데 캐나다 오이는 한국오이처럼 맛이 없어요.
아삭한 식감도 별로고 맛도 맹숭맹숭.  
무엇보다 오이김치나 오이지를 담그면 물컹해져서 몇 번 시도해 보고
이젠 아예 포기를 했답니다.

그나마 오이지 용도로는 피클용 딜오이가 조금 낫긴 하는데,,,
가격도 사악하고 팔월초에 잠깐 나와다 사라져서 어떤 해엔 아예 구경조차도 못합니다.

오이지 먹고 싶을 땐 오이피클을 사다 무쳐 먹는 저인데…
뒷마당 텃밭에 뽀안 백오이가 졸망졸망 달리니 얼마나 좋겠어요.

첫 오이는 너무 귀해서 식구들 다 모인 날.
저녁으로 시원한 냉모밀 막국수 오이랑 깻잎이랑 잔뜩 넣어 만들어 먹었어요.
두 번째 오이는 다음날 혼자서 냠냠냠.

내년엔 오이 크는 모습 너무 좋아서 깻잎 화분 줄이고 오이 많이 심어야겠어요.  

썩은 감자 한 알이 다섯 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