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캘거리 텃밭 일기

 

10여 년 동안 매년 봄마다 나에게 기쁨을 주던 지피식물인 클리핑타임과 옐로아이스, 휴케라, 수국 등이 지난 혹독한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많이 죽었어요.
휑하게 드러난 바닥만큼 제 마음도 휑합니다.

올해는 4월 말까지 늦도록 녹지 않았던 눈 때문에 우리 집뿐 아니라 다른 집 다년생 식물들도 많이 동사한 모양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뒷마당 여기저기에서 활짝 핀 클리핑타임 분홍꽃들과 옐로아이스 잔잔한 꽃들로 생기가 넘치고 빛이 났었는데,,, 참 아쉽네요.
그래도 조금씩 살아남은 녀석들이 있으니 잘 번식시켜 다시 키워봐야겠어요.

보낸 녀석들이 많아 그런가 올해 만든 디시가든들이 너무 이쁘네요.

작년에 얻어온 금낭화와 백합은 첫해라 뿌리를 내리지 못해 동사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살아남았어요.  금낭화는 올해는 꽃 보기는 힘들 것 같고 잘 자라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백합은 세뿌리 얻어 왔는데 모두 살았어요. 분홍색 꽃이 피었네요.

작년 화분에 심었던 제라늄은 겨울이 오기 전에 줄기를 잘라내고 뿌리만 있는 화분을 실내에 보관했다가 오월에 다시 밖으로 내보냈어요.  실오라기 같은 새순이 위태롭게 뻗어 나오더니 어느새 풍성해지고 이젠 붉은 꽃들도 제법 올라옵니다.

나무틀로 만든 텃밭 안이 시간이 지날수록 근처에서 자라는 큰 나무뿌리들 침범으로 텃밭채소들은 뿌리 내리기가 점점 힘들어졌고 수분도 금세 빼앗겨 매일 물 주기도 벅찼어요.   두 해 정도 위드 패드릭을 깔고 텃밭을 사용해 봤지만 봄철 밭을 엎어 흙을 고를 때마다 위드패브릭 훼손이 심하고 수분관리도 여전히 힘들어 올해부터는 아예 텃밭 안을 화분으로 채우고 그 안에 채소씨들을 뿌렸습니다.  
저 상추가 담긴 화분은 공사용 Tub 라지사이즈인데  높이와 넓이가 상추 키우기 안성맞춤이네요. 
텃밭채소들을 화분 안에 키우니 전보다 수분관리도 쉽고, 나무뿌리 다칠까 봐 조심스러웠던 흙 고르기도 쉽고,
무엇보다 달팽이들이 못 올라와 상추들이 너무 깨끗하고 예쁘게 잘 자랍니다.
상추잎 크기도 예전보다 더 커진것 같아요.
 

깻잎과 상추.
5년이나 지난 씨들을 심을 때마다 이 녀석들이 올해는 싹을 틔울까 걱정을 하면서 파종을 합니다. 아직까지 문제없네요.
곰취는 다년생이라 파종 없이도 봄마다 계속 새싹이 올라오니 얼마나 고마운지…

코로나 이후 껑충 오른 채소값에 때문에 한 장씩 아껴 먹어야만 했던 쌈채소가 텃밭에 쑥쑥 잘 자라 주니, 남들은 명품이나 여행으로 한다는 플렉스... 고기 먹을 때마다 한 번에 쌍추 서너장씩 쌍추쌈 플렉스하고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남은 씨들 냉동고에 잘 고이 보관했다가 내년 봄에 또 심어야죠.

이민 올 때 가져왔다는 20년 된 오이씨를 친구가 줘서 혹시나 하고 심어봤는데,,,
세상에나...
신통방통하게 너무 잘 자라네요.
정말 자연의 신비함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